
진료실에서 어르신들께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술과 담배는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녹차나 커피처럼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료는 마음 놓고 마셔도 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입니다. 기호품은 즐거움을 주지만, 몸의 기운·혈액 상태·위장 기능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담배는 폐와 혈액순환에 큰 부담입니다
담배 연기에는 니코틴뿐 아니라 여러 자극 물질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호흡기와 혈관에 부담을 주고, 기침·목의 통증·가래 같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도 담배의 성질을 맵고 건조한 쪽으로 보아, 오래 노출되면 진액과 혈이 마르기 쉽다고 봅니다.
술은 적은 양도 몸 상태를 보며 결정해야 합니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몸이 따뜻해지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이 늘거나 자주 반복되면 간 기능, 혈압, 혈당, 체중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위장이 약하거나 얼굴이 쉽게 붉어지고 두근거림이 있는 분, 복용 중인 약이 있는 분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녹차가 맞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녹차는 향이 맑고 식후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는 음료입니다. 다만 많이 마시면 카페인 섭취가 늘어 속쓰림, 두근거림, 불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녹차의 탄닌 성분은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철 결핍성 빈혈이 있거나 빈혈 치료 중인 분은 식사 직후나 철분제 복용 전후에 진하게 마시는 습관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수유 중인 분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탄닌은 유즙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카페인은 예민한 분에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녹차를 완전히 금해야 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몸의 반응을 살피며 양과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럴 때는 상담을 권합니다
- 쉽게 숨이 차고 어지럽거나 얼굴·손톱이 창백해 보일 때
- 빈혈 진단을 받았는데 녹차·커피를 자주 마시는 습관이 있을 때
- 철분제나 위장약, 혈압약, 당뇨약 등 복용 중인 약이 있을 때
- 수유 중인데 피로감이 심하고 젖 양이 줄었다고 느낄 때
- 검은 변, 흉통, 실신, 호흡곤란, 의식 저하가 동반되면 119 또는 응급실을 먼저 이용할 때
생활 속 조절법
- 녹차는 공복보다 식간에 연하게 마십니다.
- 철분제는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복용 시간과 음료를 함께 점검합니다.
- 잠이 얕은 분은 오후 늦게 카페인 음료를 피합니다.
- 술은 ‘몸에 좋다’는 이유로 새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 담배는 줄이는 것보다 금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호품은 누구에게나 같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노년기에는 빈혈, 위장 기능 저하, 복용 약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 작은 습관도 피로와 어지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음료를 무조건 끊기보다, 현재의 몸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검사를 확인하면서 나에게 맞는 양과 시간을 정하시길 권합니다.
